창덕리남근석 전북 순창군 팔덕면 문화,유적
초가을 오후, 순창 팔덕면의 들길을 따라 창덕리 남근석을 찾아갔습니다. 길 양옆에는 황금빛 들녘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팔덕산 자락이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마칠 즈음, 마을 입구에 ‘창덕리 남근석’이라 적힌 작은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알고 나니 풍경이 새삼 다르게 보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돌은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주변에는 제단처럼 꾸며진 작은 돌밭이 있었고, 꽃 한 송이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들풀과 함께 돌 주위로 소용돌이치듯 먼지가 흩날렸습니다.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의 염원과 믿음을 담은 신성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1. 팔덕면 마을 안쪽의 한적한 길
창덕리 남근석은 순창읍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 팔덕면 창덕리 마을 안쪽의 들판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창덕리 남근석 유래지’라는 표지판이 나오며, 그곳에서 좁은 농로를 따라 약 200m 정도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도로는 비포장이지만 차량 한 대가 지날 만큼은 충분했습니다. 주차는 마을 회관 근처에 가능했고,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돌이 서 있는 공터가 나옵니다. 입구에는 마을 주민이 손수 세운 안내비가 있어 남근석의 전설과 의미를 간단히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낮은 돌담과 논이 이어져 있고, 가을이면 벼가 익어 황금빛 물결을 이룹니다. 산속 유적과 달리 접근이 쉬워 짧은 산책 코스로 들르기 좋았습니다. 마을 풍경이 정겹고, 조용히 걷는 동안 들리는 바람 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 자연이 빚은 조형의 신비
남근석은 약 2미터 높이의 자연석으로,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 세워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 표면의 질감이 거칠고, 위쪽으로 갈수록 둥글게 마모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오랜 세월 바람과 비, 흙먼지에 닳아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돌 주변에는 작은 제단처럼 돌을 쌓은 흔적이 있었고, 누군가가 놓고 간 돌탑과 향 한 자루가 보였습니다. 남근석은 단순히 자연물로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자식의 복이나 풍년을 기원하며 이곳에서 제를 올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마을의 수호석’이라 불리며 지금도 명절이나 마을행사 때 간단한 제향을 지낸다고 합니다. 신앙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맞닿은 장소로, 인위적인 조형물보다 더 깊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3.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마을 이야기
창덕리 남근석에는 전해 내려오는 짧은 전설이 있습니다. 예전에 마을에 큰 가뭄이 들자 노인이 꿈에서 “들판에 숨겨진 생명의 돌을 세우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 사람들이 땅을 파보니 지금의 남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마을에는 풍년이 들고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주민들은 새해가 되면 남근석 앞에 첫 제를 올리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흙과 바위, 사람의 믿음이 함께 쌓인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을 공동체가 자연과 맺어온 관계를 보여줍니다. 가까이서 보면 돌의 모양과 표면의 균열 하나하나에도 오랜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말없이 서 있는 돌이지만, 그 속에는 마을의 역사가 고요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4. 정갈하게 다듬어진 주변 공간
남근석 주변은 작지만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풀들이 일정하게 베어져 있었고, 흙바닥은 단단히 다져져 있었습니다. 안내판에는 ‘문화유적지 보호구역’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래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단 옆에는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늘막도 설치되어 있어 잠시 앉아 쉴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통이 눈에 띄지 않게 배치되어 있었고, 마을 주민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돌 주변의 돌담은 최근에 새로 쌓아 올려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별다른 시설은 없지만, 오히려 소박한 풍경이 이곳의 성격에 잘 어울렸습니다. 잠시 앉아 있으면 들판의 바람이 불어오고, 멀리서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편안한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5. 팔덕면 주변의 볼거리
창덕리 남근석을 둘러본 후에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의 ‘팔덕유원지’를 찾았습니다. 강변을 따라 산책로와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어 가벼운 산책에 좋았습니다. 이어서 ‘회문산자연휴양림’으로 이동하면 울창한 숲길과 계곡 풍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시원한 물소리와 피톤치드 향이 어우러져 휴식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점심은 팔덕면 소재의 ‘창덕가든’에서 백반 정식을 먹었는데, 직접 담근 된장과 나물이 정갈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로 이동해 장독대 풍경을 둘러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남근석의 조용한 신앙적 분위기에서 시작해,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순창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하루 코스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팁
창덕리 남근석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마을 주민의 생활공간과 가까워 조용히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보다는 오후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시간이 사진 촬영에 알맞습니다. 여름철에는 들길을 걸어야 하므로 운동화 착용이 필수이고, 비가 온 후에는 진흙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제단에 놓인 공물이나 돌탑은 만지지 않는 것이 예의이며, 향을 피우거나 제를 올릴 경우 마을 어르신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에 상점이 거의 없으므로 물 한 병 정도는 미리 준비하는 편이 편리합니다. 조용히 머물며 바람과 풍경을 느끼면 이곳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단순한 돌이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온 신성한 공간이기에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마무리
순창 창덕리 남근석은 크지 않은 유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사람들의 믿음이 깊었습니다. 바람과 햇살, 들판의 풍경이 어우러진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다 보면, 돌 하나가 지닌 존재감이 새삼 크게 느껴졌습니다. 꾸며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가 오히려 더 신비롭고, 그 단단한 질감 속에서 세월의 무게가 전해졌습니다. 다시 찾게 된다면 봄 들꽃이 피는 시기에 와서 주변 논두렁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고 싶습니다. 순창의 자연과 마을 신앙이 어우러진 이곳은, 조용히 바라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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